시멘트 빌딩과 우거진 나무들을 따라 걸으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오래된 건물을 마주하게 된다. 스튜디오는 88년도에 지어진 건물의 낡은 흔적을 닦아내기보다 자연스레 살려내어 새로운 빵집을 완성했다. 앞쪽에는 광활한 공원이, 뒤쪽으로는 넓은 아파트 단지가 자리한 사이트 덕분에 서울제빵소는 사람들이 쉽고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으로 형성됐다. 오픈형의 커다란 베이커리 주방에서 새어 나오는 맛있는 빵 냄새는 항상 동네 주민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빵집의 건물은 복도형의 구조와 큰 창들로 구성되었는데, 아파트 단지 내 울창하게 심어진 나무들이 뷰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실내로 스며드는 햇살과 나뭇잎의 푸르름을 고객에게 자연스레 전달할 수 있도록 창가 쪽에 바 테이블과 심플한 벤치형 좌석을 배치했다. 다수의 원형기둥과 비정형 구조의 건축물은 아우딘스페이스가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였다. 곳곳에 위치한 원형기둥과 부채꼴형태의 공간을 활용도 있는 동선으로 연결하기 위해 카페 바 및 베이커리 테이블을 기둥과 함께 매치해 디자인의 일부로 구성했다. 또한, 움푹 들어간 벽체를 이용하여 라운지 형태의 오픈룸을 조성했다.
메인 공간에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큰 베이커리 테이블이 자리한다. 주방에서 갓 구워진 빵을 진열하기 쉽고, 바에서 관리하기 편하도록 최대한 짧은 동선 안에 배치했으며, 양쪽으로 넉넉하게 공간을 구성해 고객들과의 동선도 겹치지 않도록 했다. 입구와 연결되는 기다란 복도와 홀 공간은 오래된 건축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기 위해 겹겹이 쌓인 도장과 벽지들을 걷어내고 본래의 콘크리트면이 드러나도록 했다. 긴 시간 공을 들여 나타난 원벽체는 신설 벽들과 잘 어우러져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매개체로 큰 역할을 해냈다. 서울제빵소에는 콘크리트, 파벽돌, 테라코라 도장 등 세월의 흔적을 담아낼 수 있는 소재들을 주로 사용했는데, 자칫 차가워질 수 있는 요소들을 컬러와 조명색상으로 중화해 러프하지만 따뜻하게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이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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